※ 국내 최초로 백범 김구를 전공으로 법학박사 학위(국민대)를 취득한 홍원식 피스코리아 이사장의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기고를 3회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임시정부
▲대한민국 임시 정부 제34회 임시의정원 일동 사진(1942년). ⓒ국가보훈처

신앙의 자유 위해 탄생한 미국과 한국의 건국절 논쟁

“하나님의 섭리가 우리를 지켜 주리라고 굳게 믿으면서, 우리는 우리의 생명과 재산과 신성한 명예를 걸고 이 선언을 지지하겠다고 서로 굳게 맹세한다.”

1776년 7월 4일 식민지 13개 주의 대표들이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된 대륙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미국 독립선언서’ 전문 중 일부 내용이다.

이후 조지 워싱턴을 위시한 ‘미국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로 불리는 55명은 이 독립선언서 정신을 구체화한 연방헌법을 1787년 9월 17일 필라델피아(Philadelphia)에서 개최한 제헌의회에서 공포했다.

전문(前文)에 “우리들과 우리들의 후손에게 자유와 축복을 확보할 목적으로 이 헌법을 제정한다”도 천명한 뒤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미국의 건국 시점은 1776년인가, 1787년인가? 각종 백과사전들은 “미국의 건국일은 1776년 7월 4일이다”라는데 이론이 없다.

독립전쟁(1775)의 상대방이었던 영국은 물론 세계 각국을 상대로 한 국익을 주장할 수 있는 헌법적 기반인 건국시점은 빠를수록 좋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신의 의사’에 의하여 건국한 정신을 세계 발휘하며, 나아가 인류의 문화 및 평화에 공헌하기 위하여 국제연맹에 가입한다”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세계시민혁명사에 빛나는 ‘3·1 운동’ 직후 탄생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1919년 4월 11일 공포한 ‘대한민국 임시헌장(헌법)’ 제7조의 내용이다.

이 때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 이승만 장로는 1945년 8월 15일 제헌의회를 통해 대한민국 제1공화국 대통령에 취임했다. 현재 개헌 논의가 진행 중인 대한민국은 6공화국 헌법 하에 있다.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은 1919년인가, 1948년인가? 미국에서와 달리 대한민국의 국론은 극렬하게 양분돼 있다.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수 세력은 전자를 진보 세력은 후자를 주장하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 시점’ 또는 ‘건국절’에 대해, 크리스천들은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것이 성경적인가?

“세례 요한에 이어 예수님도 외치셨듯이 우리 민족이 먼저 ‘회개하여 개조 되어야’ 살 길이 열린다”는 ‘민족개조론’을 발표(1919. 5.)한 안창호 선생과 초대 임시의정원 의장이 된 이승만 장로, 후일 임시정부 주석이 되는 김구 선생, 임시의정원장을 역임하게 되는 손정도 목사 등 1919년 당시 상해한인교회(담임 김병조 목사, 임시정부 외교위원회 상임위원장)를 출석하던 신앙 동지들이, ‘신의 의사에 따른 건국’ 조항을 헌법상 명문화했다고 보인다.

‘신의 의사에 따른 건국’이라는 문구는 ‘미국 독립선언서’와 일맥상통한 내용으로 크리스천들 입장에서 보면 “하나님의 섭리에 따른 건국”이란 의미이다. 민족사에 빛나는 믿음의 선진들이 목숨을 건 항일투쟁 와중에서 성경에 입각한 건국을 헌법상 명문화 한 것이다. 세계 헌법사에 빛나는 이 ‘믿음의 유산’을 한국 교계나 크리스천들이 취해야 하는가, 버려야 하는가?


이승만
▲한 목사의 ‘기독교적 건국론’을 현실로 구체화한 이승만 건국대통령.

100년 전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도 이승만 장로

‘초대 대통령’ 이승만 장로에 대한 애정 또는 추모의 정에서 1948년 건국설을 주장하는 것은, 1919년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도 이승만 장로이니 무용한 주장임을 지적하고 싶다.

그리고 올해를 ‘건국 100주년’으로 함이 국가와 민족에게 훨씬 유익함을 논증해 가고자 한다.

첫째, ‘사익 보다는 공익을 지향(고전 10:24)’하라 하신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1919년을 대한민국 건국 원년으로 해야 한다.

100년 전에 대한민국임시의정원(국회)이 제정한 ‘대한민국 임시헌장(헌법)’ 제1조는 ‘민주공화제’를 국가 형태로 정했다. ‘국민주권의 원리’를 담보하는 헌법 원리로 국민투표로도 포기할 수 없는 ‘민주공화제’는 일체의 특수계급이나 특권 부인을 함축한 가운데 현행 헌법 제1조 제1항에 계승되어 있다.

제2조에서는 입법권(임시의정원) 결의에 의한 행정권(임시정부) 행사를 규정함으로서 ‘법치주의’의 절대적 구성요소인 ‘권력분립의 원리’를 구현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제3장 이하(헌법 제40-110조)에서 권력분립의 원리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헌장은 “인민은 남녀귀천, 빈부 차별 없이 일체 평등함”을 선포함으로서 기본권 보장의 방법적 기초를 제시한 제3조에 이어 제4조에서 신앙의 자유, 언론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신체의 자유, 소유의 자유(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제10-37조에서 대한민국임시헌장이 천명한 기본권 보장 원리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헌장은 제5조에서 선거권과 피선거권 조항을 두어 참정권을 보장함으로서 대의제의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24-25조에서 이를 계승하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헌장은 제6조에서 납세의 의무와 병역의무는 물론 현대 헌법상 의무인 교육의 의무를 명문화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제38-39조에서 이를 계승하고 있다.

학계에서 ‘현대 헌법의 효시’라고 일컬어 온 바이마르 헌법 보다 6개월 앞서 ‘민주공화제(실질적 국민주권주의)’, ‘권력분립주의(대의제 및 실질적 법치주의)’, ‘실질적 평등권 및 기본권보장주의’, ‘교육의 의무’등을 명시한 세계 최초의 현대 헌법이 100년 전에 탄생한 대한민국임시헌장인 것이다.

이처럼 탁월한 내용을 담은 국가 권능(헌법의 효력)의 발휘 시점을 1948년으로 후퇴 시키는 것은 크리스천들 포함한 민족적 공익 포기인 만큼, 1919년 건국으로 국론을 모아야 한다.


해방 후 혼란한 정국, 기독교 토대 위에 바로 서다
▲기도로 시작한 제헌국회 개원식에서 이승만 박사가 연설하고 있다.

질서의 하나님께 순종하고자 한다면 헌법 존중은 필수

둘째. ‘질서의 하나님(고전 14:33)’께 순종하고자 한다면 헌법 존중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을 위한 국민운동 결과 국민투표를 통해 개정(9차 개헌)된 현행 헌법이 “우리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함으로서, 대한민국과 헌법의 역사를 1919년 4월 11일을 명문화하고 있는 이상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

셋째,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기본권 보장원리(헌법 제37조 제1항)’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 의무를 가진 국가는 본연의 자기책무를 다하지 못함에 따른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 문명국가 헌법의 기본원칙이다.

따라서 일제의 한반도 강점 기간 동안 자행된 천인공노할 만행들에 대한 배상청구권은 피해자인 국민들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행사하는 형식을 취함이 헌법정신에 맞고 신속성과 실효성 또한 담보되기 때문에 1919년을 건국 원년으로 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피해자인 국민들에게 우리 정부가 우선 배상을 한 뒤 일본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국가 차원에서 채권자 대위권(민법 제404조)을 행사 하는 수순을 밟으면 된다.

셋째, ‘1948년 건국설’은 통일 지향을 대통령과 국민의 의무로 명시하고 있는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반하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해야 함”을 명문화하면서 취임하는 대통령에게, “평화적 통일을 위한 노력을 할 것임”을 국민 앞에서 선서(제69조)하도록 하고 있다.

인구절벽 시대에 처한 남한이 당면하게 될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할 수 있는 최고의 경제라 할 수 있는 ‘통일’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남북 간의 국가적 뿌리가 같았던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절로 해야 한다.

그래야만 통일 후에도 국가법통이 연속될 수 있어 통일국가 국민들의 기본권 보장이 최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948년 건국설’은 남북분단 고착화 논리로 ‘통일지향 의무’를 규정한 헌법정신에 배치된 주장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광복절 경축사와 2018년 3·1절 기념사에서는 “2019년은 건국 100주년”임을 천명한바 있다. 그러나 2018년 광복 73주년 경축식은 물론 역사적인 올해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식 경축사에서도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는 대목은 아예 없었다.

대통령은 헌법 제66조 제2항에 따른 헌법수호 의무를 부여받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 곧 대한민국 건국기념일”임을 선포하는 것이 헌법적 의무인 만큼, 향후에라도 ‘건국 100주년’을 당연시하는 대통령의 언행을 고대한다. 정부와 국민들도 뒤따라 헌법을 존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한 바 있듯, 미국과 프랑스는 ‘미국 독립선언서’ 발표일와 ‘프랑스 인권선언’ 발표일을 건국기념일고 삼고 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두 문서는 ‘하나님의 섭리’를 믿고 ‘하나님이 허락하신 자유와 행복 수호’를 천명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임시정부에 포진해 있던 믿음의 선진들은 미국, 프랑스 건국의 아버지들 이상으로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명문을 헌법에 명기했다.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소망을 담아 헌법에 명기한 ‘신인일치(神人一致)’의 국가, ‘하나님의 섭리에 따르는 국가’는 곧 ‘주기도문’을 이뤄가는 국가이다.

책 <100년을 살아보니>의 저자인 김형석 교수는 기독교학술원 초청 강연(4. 19.)에서 ‘주기도문’을 “하나님도 외면하실 수 없는 기도”라 밝힌바 있다.

‘건국절’은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법적으로는 헌법을 존중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문제이고 신앙적으로는 하나님의 뜻을 준행할 것인지 여부의 문제일 뿐이다.

우리가 ‘성령 안에서 지어져 갈 것(엡 2:22)’을 고대 하시는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빌 2:5)’으로, 교계 지도자들과 크리스천들이 성경과 헌법에 입각한 ‘건국관(建國觀)’을 선도해 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홍원식
통일헌법학 박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