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文의 '김정은 편들기'.. 바라보는 美의 불편한 시선

국기연 입력 2018. 5. 29. 09:15 수정 2018. 5. 3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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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 과정에서 미국의 일부 언론은 연일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로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편들기’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위에 뜬 달’(Moon)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문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놓고 한·미 간 정책 목표가 불일치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전날 ‘문·김의 싹트는 우정은 트럼프의 압박을 훼손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공조를 바라보는 미국 일각의 불편한 시선을 전했다.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

WSJ는 한때 흔들렸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정상궤도로 되돌아온 것은 대부분 문 대통령이 지속해서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표를 했으나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긴급 회동을 통해 이를 되살려 놓았다고 이 신문이 지적했다.

그러나 WSJ은 “문 대통령이 이번에도 몇 달 전과 똑같이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전했다”면서 “북한은 그렇게 약속을 했다가 정상회담이 다가오자 다른 소리를 했었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미국 측 연락 전화를 받지도 않았고, 싱가포르에서 미국 정부의 정상회담 사전 준비팀과의 약속을 펑크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문 대통령이 지금 똑같은 상품 목록을 다시 팔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동의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그 문제는 북·미 협상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WSJ는 “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 사이의 중재자를 자임했으나 그가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문 대통령은 그 대신에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단계를 밟는 것만으로 북한에 보상을 해주라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WSJ는 “문 대통령이 ‘단계적이고, 동시적 조치’의 비핵화를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을 수용했고, 이는 북한이 사찰단의 핵 시설 방문 허용과 같은 단계적인 조치만으로도 북한에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함정에 빠지면 북한은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WSJ는 “그러한 협상은 불가피하게 북한이 약속하거나 미봉책을 취하기만 해도 대북 제재 완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WSJ는 “문 대통령은 대북 지원으로 김 위원장을 길들여서 북한이 동족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중국도 그러한 협상이 북한을 완충지대로 남겨두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누그러뜨릴 수 있어 같은 배에 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악수하며 웃음 짓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에 끌려가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도 전에 문 대통령에 끌려가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함으로써 스스로 대북 지렛대를 약화했다고 이 신문이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었던 대북 추가 제재를 유보했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것이다. WSJ는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북한 비위 맞추기 식 ‘유화정책’(appeasement policy)을 최선책으로 수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부(flattery)로 어떻게 트럼프 대통령을 부추길 수 있는지 알았고, 노벨 평화상 얘기를 띄웠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하게 그런 특별공연을 찾고 있다고 이 신문이 지적했다. WSJ는 “정상회담은 미국의 국가적 이익을 도모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면서 “그 과정과 결과를 미국의 안보보다는 다른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한국 대통령에게 하청을 주는 식으로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온 뒤 헤어지며 밝은 표정으로 포옹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김 공조 체제

블룸버그 통신은 전날 한국과 중국이 트럼프 정부의 대북 경제 제재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이 손을 맞잡으면 김 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 대북 제재와 압박 체제가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을 통해 외교가 정상궤도에 머물러 있도록 하고, 북한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전쟁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뜻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문 대통령이 당분간은 반발심으로 오판의 위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서 다리를 놓는 중립적인 중재자처럼 비치려고 한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문 대통령은 5년 임기 내에 북한과 평화 협상을 타결하기를 바라고 있고, 이렇게 되면 (북·미) 회담이 결렬됐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보다 강력한 ‘최대의 압박’ 캠페인을 전개하기가 더욱 어렵게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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