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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높은 물가 상승과 낮은 경제성장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두드러지고 있다.
다만 경제분석가들 사이에서는 현 상태가 최소 12~18개월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기 침체에 대한 극심한 우려까지는 필요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글로벌 수석 경제분석가 사이먼 밥티스트는 30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저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특징으로 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공급망 장애가 계속되면서 최소 12개월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자재 가격 상승 현상은 다음 분기부터 완화되기 시작하겠지만, 러시아에서 나오던 많은 원자재 공급량이 영구적으로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원자재 값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상품과 재화의 공급이 억제됐고, 글로벌 공급망을 통한 효율적인 유통이 중단되면서 연료와 식량 등 일상용품 가격이 상승했다.
높은 물가는 가계에 고통을 주고 있다. 소비자들은 물가 상승에 따라 소비패턴을 종전과 달리 더 싼 제품을 구입하거나, 특정 상품군을 구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바꿔가고 있다.
하지만 세계 여러 지역에서 비록 느리긴 하지만 성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또 실업률이 수십년 만에 최저 수준에 도달하는 등 고용 시장이 붕괴하지 않고 있다.
경제분석가들은 이러한 배경 때문에 10여년 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나타났던 글로벌 경기침체가 재현될 것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밥티스트는 "세계 경제가 침체의 위험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많은 소비자가 충분한 저축을 하고 있고 가정용 내구재도 비축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까지는 예상되는 것만큼 상황이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MP캐피털의 수석 경제학자 셰인 올리버도 적어도 앞으로 18개월 동안은 경기침체가 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근 "수익률 곡선이나 장기채권 수익률과 단기금리의 격차가 아직 역전되거나 불황을 경고하는 수준을 나타내지 않았고, 지금 그렇다하더라도 불황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18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수석 경제분석가 비키 레드우드는 "중앙은행들이 경기후퇴를 유도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과 영국, 미국 등 많은 곳에서의 계획된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되돌리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인플레이션 수치가 기대와 달리 더 완고해 금리를 더 올려야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는 아마도 경기 침체가 있을 것"이라고 보탰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은 항상 경기 침체로 이어질 위험을 수반한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조정하려면 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조절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제 1980년대 미국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당시 두 자릴수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사상 최고치로 인상한 바 있다. 당시 볼커 의장이 급격한 금리 인상을 추진함에 따라 미국 경기는 일시적으로 회복하는 듯 보였다가 또 한 번 불황을 맞는 더블딥리세션을 나타내기도 했다.